박물관과 도서관 부문의 강력한 협업을 기대한다


박물관과 도서관 부문의 강력한 협업을 기대한다

이용훈 /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도서관문화비평가

 

한 사회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을, 현재를 보려면 시장을,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을 가 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선형적 관점에서 벗어나 순환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를 담은 박물관은 미래를 담은 도서관과 이웃해 있다고 할 것이다. 즉 미래는 늘 과거 안에 있고, 미래는 다시 과거로 이어지면서 세상과 사람들 삶은 돌고 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 박물관과 도서관은 하나라고 말해도 괜찮겠다. 무엇보다도 제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현실은 다양한 그룹들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찾고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이웃으로 존재했던 박물관과 도서관의 융복합에 가까운 협업은 당연한, 어쩌면 숙명처럼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박물관과 도서관, 그리고 기록관까지 하나처럼 결합해서 움직이는 라키비움(도서관+아카이브+박물관, Larchiveum) 실험이 추진되고 있다. 아직은 과제가 더 많고, 물리적인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까지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안에서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관점에서 늘 유기적이고 실효적인 결합을 모색하고 있다고 믿는다. 한 기관 안에서 라키비움을 설정하는 곳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도서관에서 일 할 때 새롭게 구성된 도서관 안에 서울이라는 지역 테마를 기반으로 한 작은 규모의 라키비움이 있었다. 해방 이후 최근까지 서울시장 집무공간은 박물관이요, 시민들에게 서울시 기록을 공개하는 기록관, 그리고 서울에 관한 모든 자료를 수집해 소장한 서울자료실등이 함께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서 시민들에게 다양하고 의미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다만 각자 자기 부문의 관점과 방식으로 개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완전히 하나처럼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렇다면 우선은 개별 기관 단위가 아니라 박물관과 도서관, 필요하다면 기록관 부문까지 좀 더 큰 틀에서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서비스 협업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추진해 볼 수는 없을까? 박물관과 도서관이 같이 있는 지역에서는 협업의 방식을 모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행기관 담당자들끼리 공동 워크숍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가능한 지역에서는 박물관과 도서관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도서관에는 박물관이 있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국립중앙도서관에 기록매체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는 대부분 도서관(도서실 또는 자료실 등의 이름으로)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이들 박물관 소속 도서관들이 일반 공공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들과의 연결고리가 되어 필요한 협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박물관은 소속 도서관 사서들에게 적절한 권한과 과제를 부여하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박물관과 도서관 부문 사람들이 더 자주 만나고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함께 각자의 과제를 수행함에 서로 격려하고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나누면서 새로운 시대적 도전을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 현장에서도 보존 관련해서 상호 배우고 함께 할 일도 있을 것이다. 학예사나 사서 양성 또는 재교육 과정에서 각각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관한 강의나 강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박물관 행사(전국박물관인대회 등)나 도서관 행사(전국도서관대회 등), 각종 학술행사 등에서 상호 관심사와 관련한 발표하거나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과 도서관 일꾼들이 서로의 현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서로의 이해를 넓히고 흥미와 재미를 나눌 수 있어도 좋겠다. 마침 최근 박물관과 문화유산, 도서관 부문이 함께 결성한 국제푸른방패 한국위원회 활동을 계기로 좀 더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박물관과 문화유산 부문이 직접적으로 문화유산이나 유물 보존에 집중하면 도서관 부문은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에 관한 시민 인식 확산이나 관련 정보나 자료 확산 등의 역할을 맡아 협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부터 한국박물관협회와 한국도서관협회, 그리고 각자의 지역별 조직들이 자주 만나서 논의하고 협업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끝으로 요즘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도서관박물관’이다. 책이나 인쇄, 출판박물관 등은 있지만 아직 도서관 역사를 제대로 담아낸 박물관은 없다. 지난 몇 십 년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지난 기록이나 유물 등을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했다. 더 늦기 전에 도서관과 관련한 유물이나 기록 등을 모아 새로운 미래를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데 든든한 역사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 꿈을 꾸면 이룰 수 있겠지? 그런데 박물관의 박물관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