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과 스포츠 박물관


류정아-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많은 국가가 올림픽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로 개최도시를 중심으로 한 경제활성화 효과를 든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2016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의 하계올림픽의 사례와 같이 올림픽을 개최 효과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하계 올림픽의 경우는 많은 경우에 당초 기대했던 경제효과를 상당한 정도 거두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의 경우에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극히 소수의 사례(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의 사례 등)를 제외하고 동계올림픽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계올림픽이 일상적으로도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개최되어 사후 활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반면 동계올림픽은 일상적인 공간이 아닌 대도시에서 거리가 먼 산악지역에서 벌어지는 것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따라서 개최지의 동계스포츠 저변이 이미 상당한 정도 다져져 있는 곳이 아닌 경우에는 동계올림픽 이후 올림픽 개최의 후광효과를 얻어내기는 힘들다.

동계올림픽 개최가 보여주는 이러한 아이러니는 사실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국가에서 그렇게 기를 쓰고 올림픽을 유치하고자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붓는 이유는 지역의 경제효과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올림픽을 통해서 국가의 문화적 브랜드 이미지 구축 효과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특히나 동계올림픽은 소위 선진국 국민들이 선호하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비교적 경제수준이 높은 국가의 국민들이 주요 고객이 되는 올림픽이다. 동계올림픽은 경제효과가 목적이 아니라 스포츠를 매개로 하여 국가의 문화브랜드를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면서 지속가능한 성장 잠재력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올림픽 이후 경기장을 비롯한 여러 시설의 효과적인 활용방안에 대한 사전 계획 수립은 스포츠 경기에서 얻어낼 수 있는 금메달의 개수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단 몇 시간으로 끝나는 개막식과 폐막식 공연에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면서 개최지의 문화예술적 특성을 극적으로 표현하고자 고심의 고심을 거듭하는 것이다. 단지 한 두 시간 화려한 공연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의식은 개최국의 자부심과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역사성과 정신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올림픽만큼 더 효과적으로 이러한 개최국의 문화/역사/예술의 정수를 농축시켜서 대단히 효과적으로 세계 만방에 펼쳐 보일 기회는 없다. 이것은 전 세계인들에게 개최국의 영혼의 결정체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효과는 스포츠 경쟁이 끝난 후 지속적으로 개최국에서 얻어내는 다양한 파급효과의 원천 씨앗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효과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구현할 수 있을까? 소위 올림픽의 유산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올림픽 경기만큼이나 중요하다. 동계올림픽의 경우에는 경기장 건설에 상당한 예산이 투여되기는 하지만, 사후 스포츠시설로 활용이 되지 못할 것을 예상해서 애초에 많은 시설을 건설하지 않거나, 아니면 올림픽 이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사전에 염두해 두고 올림픽 준비를 하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상식을 지키지 않아 많은 도시가 동계올림픽 이후 수십 년 간 고통을 감내하기도 하였다. 몬트리올이나 나가노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들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사후 활용방안과 관련해서는 체계적인 논의 구조조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채 여기저기 다양한 아이디어들만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스포츠박물관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당연한 활용방안이다. 그러나 박물관의 운영방식, 콘텐츠, 인력, 재원 등과 관련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논의나 방안도 수립되지 못한 태 스포츠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고만 이야기 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참고할만한 사례들을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스포츠관련 박물관으로는 우선 우리나라에는 한국체육박물관(태릉)이 이미 있다. 한국스포츠의 역사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것으로 태릉선수촌과 올림픽회관에 보관되어 있던 100여 년 간의 자료들을 2000년에 한국체육박물관에 모아 개관하였다.
해외 박물관으로는, 1963년에 개관한 파리국립스포 박물관이 있다. 일부는 파리의 프랭스 경기장 안 전시관에 있고, 중요한 것들을 따로 모아 국립스포츠박물관에 모아두고 있다. 툴루즈 로트렉, 카피엘로 등 거장들의 예술품들도 같이 전시되어 있다. 1993년에 세워진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 박물관에는 스포츠와 올림픽 관련 전시물들이 있다. 매년 2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다. 여기에도 오귀스트 로댕이나 니키 드 상 팔의 작품이 있다. 스위스에는 또한 다보스겨울스포츠박물관도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전에 황제 빌헬름 2세에 의해 개최된 겨울스포츠 대회의 우승컵과, 1894년 코난 도일 경과 그의 작품 속 인물인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의 이름으로 기증된 트로피도 있다.

노르웨이 올림픽 박물관은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1997년 11월 개관했다. 현재 북유럽에 있는 유일한 올림픽 역사박물관이다. 2006년 이후에는 릴레함메르시에서 마이하우겐 민속박물관과 함께 통합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전시실은 릴레함메르시의 올림픽공원 하키경기장 내에 위치하고 있다. 올림픽 기념 메달·우표·주화·성화봉 등 뿐만 아니라 올림픽의 명장면, 노르웨이의 올림픽 출전 역사와 주요 선수들에 대한 특별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릴레함메르시는 이 박물관을 중심으로 기존 스포츠 시설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한다. 동계시즌보다는 하계시즌에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하키경기장은 일부는 시민들의 체력단련실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공간이 박물관과 관련 부대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릴레함메르시는 동계올림픽을 가장 성공적으로 치른 곳으로 자주 회자되는 곳이다. 릴레함메르 올림픽의 경우 지역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올림픽 레거시의 활용을 통해 지역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올린 대표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이후 경기장들은 수익창출을 위한 상업적 운영방식을 채택하였고, 지역관광산업을 비롯한 지역경제의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림픽의 미디어촌은 대학시설로 활용하였고, 대학교직원과 학생 수가 3배나 증가하였고, 특히 미디어 테크놀로지 분야는 노르웨이의 상위권 순위를 차지하는 대학으로 평가된다. 노르웨이는 경기 후 28년간 경기시설 운영과 사후 필요한 비용지불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였고, 현재도 그 펀드는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올림픽 경기 5년 전부터 올림픽 시설 사후 활용을 위한 발전추진위원회를 설립하여 경기 이후의 활용방안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현재는 올림픽 시설관리공단이 올림픽 시설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릴레함메르시는 지금도 언제든지 올림픽 관련 자문을 얻고자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이 박물관으로 안내하고 올림픽의 효과에 대해서 구체적인 데이터들과 같이 설명해준다. 올림픽 사후 시설관리공단의 사무국장도 한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차례 방문한다고 귀뜸해 주었으며, 매번 직접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설명해준다고 한다. 릴레함메르시의 선례가 올림픽 유산 활용의 성공적인 벤치마킹 사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류정아

서울대 인류학과 학사 및 석사 졸업,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 사회인류학박사로, 현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박물관 관련 연구성과로는, 『인류에게 박물관이 왜 필요했을까』(공저), 『스마트융합 환경에서의 박물관·미술관 서비스 개선의 방향과 과제』(공동책임), 『현장박물관 운영 활성화 방안 연구』(연구책임), 『국립현대미술관 법인 운영방안 연구』(공동책임) 등이 있다.